AI/TF 1주년: 기술을 넘어 업을 배우다

by

AI & Data Cell Division

Last updated:

올해 초 James 1.0 프로토타입에 대한 경영진의 긍정적 피드백은, 개인의 기술 실험을 조직의 AI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James는 투자·운영·법무 등 센트로이드의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이를 AI Agent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센트로이드만의 AI 플랫폼이다.
AI/TF는 출범 초기,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와 어떤 기능이 더 빠르게 작동하는지에 집중했다. 그러나 1년의 실행을 돌아보면, 이 시간은 AI 서비스를 개발해 온 시간인 동시에 투자와 운용이라는 업의 판단 구조를 깊이 이해해 온 시간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보태자면, 나는 PE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로 이 회사에 왔다. 개발자로 일하는 동안 익숙했던 것은 스프린트와 배포 주기, 지표로 바로 확인되는 사용자 반응이었다. 이곳은 달랐다.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하나의 딜을 보고, 숫자 하나와 계약서 문구 하나에 며칠을 쓴다. 처음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것이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안다. 틀렸을 때 롤백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AI/TF의 첫 시도는 투자검토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Agent였다. 특정 업무를 Agent화하면 곧바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투자검토는 딜의 맥락, 자료의 신뢰도, 심사역의 가설과 판단 기준, 투자·운영·법무의 지식이 함께 작동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데모는 그럴듯했고 보고서 형식도 갖췄다. 그런데 심사역들은 한두 번 써 보고는 조용히 원래 방식으로 돌아갔다.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쓰지 않았다. 개발자에게는 버그 리포트보다 그 침묵이 더 아팠다. 이 경험은 명확한 lesson을 남겼다. 개별 업무를 지엽적으로 자동화하기보다, 조직의 지식과 자료를 먼저 연결하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AI Agent와 협업해 결과물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James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범용 AI Agent 플랫폼이다.

James는 실제 딜 문맥과 초기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개인 도구에서 조직의 업무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서버·아카이브·업무 히스토리를 지식기반으로 연결하고, 공시·특허·법령·계약 검토, VDR 분석과 반복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AI 전환의 성패는 기능의 숫자가 아니라 자료의 출처와 최신본, 권한과 보안, 사용자의 업무 맥락에 달려 있다. 누가 무엇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검증하고 책임질 것인지까지 설계하는 일이 데이터 레디니스의 본질이다.

이 원칙은 포트폴리오 현장에서 더 선명해졌다. 생산·품질·스케줄링, 가격·수요·경쟁 환경처럼 각 사업의 핵심 변수가 경영 판단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해야 AI 활용도 설계할 수 있었다. 산업별 데이터와 규제가 뚜렷한 영역에서는 자료 아카이빙, 접근권한, 법무·컴플라이언스가 기술보다 먼저 검토돼야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특화 서비스 등 타 산업으로의 상품화도 준비하고 있다. AI는 설치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업무 흐름·데이터·교육·운영을 함께 설계하는 변화 과정이다.

기술보다 어려웠던 것은 사람의 습관이었다.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회의에서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자리로 돌아가면 하던 대로 했다. “지금 딜이 급해서”, “이 자료는 보안상 올리기가 좀”, “내가 직접 하는 게 빠르다”, “AI가 틀리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 하나하나 따져 보면 틀린 말이 없다. 실제로 딜은 급했고, 보안은 중요했고, 손에 익은 사람에게는 엑셀과 워드가 더 빨랐다. 문제는 그 말들이 쌓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밖에서 온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유가 있었다. PE는 소수의 사람이 오랜 도제식 훈련으로 쌓은 판단력으로 성과를 내는 곳이다. 자기 방식으로 성과를 내 온 사람일수록 방식을 바꿀 이유가 적다. 개발 조직에서는 새 도구가 나오면 일단 써 보고 별로면 버린다. 이곳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것을 업무에 들이는 일 자체가 리스크로 받아들여진다. 자료를 공용 지식기반에 올리는 일도 그렇다. 개발자에게 코드 공유는 당연한 문화지만, 딜 자료와 노하우가 곧 개인의 경쟁력인 업계에서 “다 같이 쓰게 올려 달라”는 요청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처음에는 서운했고, 나중에는 이해가 됐다. 이해가 됐다고 해서 일이 쉬워지지는 않았다.

더 맥이 빠졌던 것은 되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전사 회의에 AX가 안건으로 오르고, 워크숍을 하고, CEO가 직접 챙기는 몇 주 동안은 James 사용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질문이 많아지고 개선 요청도 쏟아졌다. 그러다 큰 딜이 하나 걸리거나 회사 안의 관심이 다른 데로 옮겨 가면 그래프가 다시 내려앉았다. 자료는 다시 개인 폴더에 쌓였고, 메일에 파일을 붙여 돌리는 방식이 돌아왔다. 로그를 매일 보는 입장에서는 그 곡선이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바쁠 때 손에 익은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한두 번 써 본 것과 몸에 밴 것은 다르고, 그 사이를 메우는 데는 기능 개선보다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경영진의 지지와 실제 사용은 AI/TF가 조직의 과제가 되는 데 중요한 힘이 됐다. 1년을 돌아보면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실무 팀장이 “한번 써 보시라”고 권하는 것과 CEO가 회의에서 “이건 James로 돌려 봤느냐”고 묻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앞의 것은 부탁이고 뒤의 것은 업무다. 사용량이 꺾일 때마다 다시 끌어올린 것은 CEO의 질문이었다. 새 기능을 내놓았을 때보다 효과가 컸다. 반복적인 질문과 구체적인 피드백은 AI가 경영진의 사고와 의사결정 흐름에서 어떤 수준까지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요구사항이었다. AI는 화면 밖에서 가정한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과 불편,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성장한다.

CEO는 직접 쓰고, 결과물을 들고 와서 부족한 점을 짚고, 다음 회의에서 또 물었다. 개발자 입장에서 편한 사용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집요함이 없었다면 James는 잘 만든 사내 데모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AX는 선언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이 새 방식을 몸에 익힐 때까지 위에서 같은 질문을 지겹도록 반복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밖에서 볼 때 PE는 조직이 작고 의사결정권자가 분명하다. 그래서 CEO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가 곧 조직의 우선순위가 된다. AX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업 리더들은 투자 검토, 실사, PMI, 포트폴리오 운영과 사업화 사이에서 AI 적용 과제를 다시 정렬하며 현업과 기술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의 완성도만이 아니었다. 지금 누구의 문제를 먼저 풀 것인지, 무엇을 공통 자산으로 표준화하고 무엇을 고객별로 남겨둘 것인지, 기술을 어떻게 반복 가능한 조직 자산으로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었다.

AI/TF는 AI/Data Cell만의 일이 아니었다. 투자본부와 운영본부, AI/Data Cell이 서로의 일을 배우고 연결하며 만든 팀워크의 산물이었다. 운영 조직은 포트폴리오의 실제 과제와 현장 데이터, 우선순위를 연결하며 AI가 운영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재무·회계 관점의 검증은 기술과 결과물을 정량·정성 양면에서 점검하고, 당연하게 여긴 가정과 숫자, 실행 가능성을 다시 묻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그 질문들이 불편했다. 개발자는 돌아가는 것을 보여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곳 사람들은 “그 숫자는 어디서 나왔느냐”를 먼저 물었다. 몇 번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나서야, 출처를 댈 수 없는 결과물은 이 업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법무와 투자 실무자들은 James를 가장 현실적으로 사용하며, 어떤 질문이 유효한지, 결과물의 어디까지 AI가 돕고 어디부터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했다. 나아가 일부 구성원은 직접 작은 AI Agent를 만들고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기가 만든 Agent를 보여 주며 이런 것도 되느냐고 물어 올 때, 이 일을 하는 보람을 가장 크게 느꼈다. 현업이 기술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만들고, 기술이 현업의 판단 기준을 배우는 이 상호작용이 AI/TF가 만든 가장 중요한 변화다.

아직 할 일은 많다. 무엇보다 지금의 변화가 아직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회사 안에서 AX 이야기가 뜸해지면 사용도 함께 줄어드는 패턴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CEO가 묻지 않아도, AI/TF가 챙기지 않아도 각자의 업무에서 먼저 손이 가는 상태가 되어야 체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CEO의 꾸준한 푸시와 우리의 끈질긴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기술 쪽 과제도 남아 있다. 각자의 업무 경험과 자료가 더 잘 자산화되고, 그 축적 위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더 고도화해야 한다. 산업별·고객별 환경에 맞는 표준화와 교육, 포트폴리오의 운영성과로 연결되는 활용 사례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지식으로 더 잘 play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산을 연결하고, 잘 연마된 무기와 편한 전투화를 공급하는 일이다. 그들이 AI Agent와 함께 결과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지식이 다시 조직의 자산이 되는 선순환을 더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

되돌아가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졌다. 센트로이드는 이미 구성원들이 AI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업무를 더 잘 설명하며,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함께 검증하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나아가 각자가 필요한 작은 Agent를 직접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선 변화다. 투자·운영·법무와 AI/Data Cell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각자의 노하우를 AI Agent와 협업해 결과물로 만들며, 그 지식이 다시 다음 사람의 판단과 실행을 돕는 구조. 기술과 현업의 언어가 한 자리에서 만나기 시작할 때 회사의 지식은 공동의 자산이 된다. 여기서 조직 차원의 value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Insights

Read more articles